문화생활/뮤지컬2006. 7. 31. 14:14


평양 음악무용대학 현대무용학과 강련화는 이제 23살을 넘긴 북한의 전형적인 여대생이다.
어린 시절 김정일에게 꽃다발을 증정하면서 '김정일 장군님께 기쁨을 드리는 충성의 무용수가 되겠습니다' 라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되어 김정일의 특별교시에 의해 대학에 입학한 행운아다.
딸을 잘 둔 덕에 일개 노동자에서 간부로 승진한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훌륭한 아코디언 연주가인 여동생과 축구선수를 꿈꾸는 남동생, 게다가 특별 무용수로 뽑혀 김정일 별장에서 벌어진 기쁨조 파티에 참석, 춤을 아주 잘 춘다는 김정일의 칭찬을 받아 당의 특별선물로 하사된 평양 창광거리의 고급 아파트...
게다기 그녀에게 장가들려는 당간부 아들들의 화려한 프로포즈, 모든 북한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인 강련화...
그녀에겐 공화국과 김정일이 하나님보다 위대한 존재이다. 그러나 운명은 얄 궂었다.
공화국의 딸로 승승장구하던 어느날 아버지가 국가 안전보위부에 긴급 체포된다.
아버지가 남조선 국가정보원의 스파이, 미제국주의자들의 고용간첩이라는 것이다.
중국 출장 중에 수시로 남조선과 미국의 지령을 받아 간첩활동을 해왓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련화는 의식을 잃는다. 그날로 모든 운명이 바뀌어 버리고 온 집안은 풍지박살난다.
온 집안이 울음바다가 되어버린 그날 새벽...

련화네 가족은 함경남도 요덕 정치범 수용소로 후송된다. 또 다른 공화국의 지옥, "요덕 15호관리소".
이미 련화네 가족은 공화국 국민이 아니었고 보위원들은 그들을 짐승처럼 대했다.
당의 훌륭한 무용수에서 간첩의 딸로 전락한 련화는 놈들의 먹이감이었다.
수용소에 수감되고 하루만에 련화는 책임보위원 리명수 대위에게 겁탈을 당한다.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깨어나기를 수십번, 드디어 다들 잠든 새벽 련화는 옷을 찟어 밧줄을 만든다.
그리고 스스로 목을 매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운명은 련화의 편이 아니었다. 자살 자체가 당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는 북한의 사상으로 그녀는 또다시 독방에 갇힌다. 이미 미처버린 어머니와 정치범들이 던져주는 고구마 한 개에 노리개로 전락한 여동생, 그리고 수용소의 악동 패거리들에게 맞아 다리가 부러진 남동생.
그렇게 요덕 정치범수용소의 시간들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련화를 심문하던 수용소의 경비대장 리명수는 련화를 사랑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이 또다른 불행의 시작. 결국 명수의 애를 임신한 련화는 그의 권유에 따라
남한으로의 탈출을 시도하고 명수는 련화를 도와 주었다는 죄명하에 총살당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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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7월 30일 일요일
부산시민회관 오후 3시

신문에서 요덕스토리라는 뮤지컬이 서울 공연에서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는
기사를 읽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기억을 하고 있던 차에 '바다무대'에 할인도 되고 하길래 보게 된 뮤지컬...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었고 대략은 예상했듯이 무거운 스토리의 뮤지컬...

북한 사람들의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다는 것이야 알지만 그정도인줄은 몰랐다...
단지 배고픔에 허덕이는줄만 알았을뿐...
그리고 예전에 얼핏 들어서 알고 있는 아오지 탄광 그런 정도...

하지만 이 뮤지컬에서 보여주는 사례는 정말 기가 차서 웃음이 나오는 그런 이야기였다...
집이 불에 탔는데 수령님의 사진을 제대로 관리 못해 같이 태웠다하여 잡혀온 여인...
그리고 주인공의 아버지가 스파이로 몰리게 된 사진에 적혀있던 숫자들이
아버지 어머니의 제사일이였고 남한에서 살던 주소였고...
감자와 옥수수를 훔쳐먹었다하여 팔목을 자르고...
결말이 너무나도 우울한 뮤지컬...
결국엔 수용소에 갇혀있던 이들이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하여
소동을 일으키고 결말은 다 죽게되는...
너무나도 절망적이지 않은가...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고...
그 상황이 지금의 북한 상황 아닌가...

북한이 미사일을 쏘았을때 뭐라 했는가...
이제 저들은 악밖에 안남았다라는 생각밖에 안들었는데 정말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간부들이야 모르겠지만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 그렇지 않을까...
전쟁이 나도 죽고... 나지 않아도 굶어죽고...
이러나 저러나 죽는거 이판 사판 아닌가...
어른들은 그런다... 미쳤다고... 정부보고 미쳤다고...
쌀 퍼주고 돈 퍼주고 다 퍼준다고...
그 퍼주는거 결국엔 미사일로 돌아오지 않느냐고...
그래 그 말도 맞겠지...
하지만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은?
그들은 누가 구제해줄 것인데?

뮤지컬에서 불리던 그 노래가 자꾸만 귓가에 맴돈다...
'아버지~ 남한에만 가지마시고~ 공화국 이곳 요덕에도 와주시옵소서~'
왜 요덕에는 와주시지 않느냐며 왜 자신들을 보살펴주지 않느냐며
절규하던 그...
누군가 자신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면 도와달라던 그들...

누구의 잘못으로 인해 한민족이 나라 한중간에 선을 그어두고 상대국의
사상이랄까 그런 것에 반하는 사람들 스파이 간첩이라고 낙인을 찍어
죄인으로 만드는 것인지...
무슨 이유로 명목으로 사람이 사람을 단죄할 수 있는 것인지...

술을 마시지 않고선 비명과 피로 물든 그 수용소에서 지낼 수 없다던
수용소 소장...
또 어떤 이는 그곳의... 수용소의 소장이 되지 못해 안달하고...
마지막엔 용서라는 이름으로 끝을 맺는듯 했으나 결국엔 죽음뿐이였다...

정말 답답한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분단국...
그리고 끝나지 않은 전쟁.. 휴전중일뿐이다...
우린 잊고 있다...
또한 그 상대가 한민족이라는 사실도 잊고 있다...

이 뮤지컬이 무대에 올려지기까지도 상당히 많은 압박이 가해졌다고 들었다...
우리 정부는 뭐가 두려운 걸까... ㅎ
무엇이 두려워 제대로 홍보도 못하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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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치로γ